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알면좋고

월드콘 3천원 시대 곧 올까요?

by CogCogFriends 2025. 3. 1.

안녕하세요? 코코알입니다^^

오늘은 점심 먹고 갑자기 월드콘이 생각나, 할인점에 가서 월드콘을 두 개 사들고 집에 가다 문득 든 생각을 적어 봤어요. 언젠간 월드콘도 3천원 시대가 곧 오겠죠? ㅎㅎ

 

어릴 적 여름날, 학교가 끝나면 동네 슈퍼로 달려갔다. 친구들과 100원을 손에 쥐고 아이스크림 냉동고 앞에서 한참을 고민하던 기억이 난다. 그때 월드콘은 300원이었다. 나름 ‘고급’ 아이스크림이었지만, 부모님이 기분 좋을 때 하나씩 사주셨다. 고소한 바닐라 아이스크림 위에 초콜릿이 얇게 코팅되어 있었고, 웨이퍼 콘의 바삭함이 살아 있었다.

그때는 몰랐다. 이 아이스크림 하나가 한국 경제와 함께 울고 웃을 줄은...

 

 

월드콘의 역사


1986년: 월드콘의 탄생과 300원의 시절
1986년, 월드콘이 처음 나왔을 때 그 가격은 300원. 당시 300원이면 문방구에서 불량식품 몇 개는 거뜬히 살 수 있는 돈이었다. 그래서 월드콘은 우리에게 ‘큰맘 먹고 사 먹는’ 아이스크림이었다. 그 시절엔 세상이 단순했다. 돈가스 정식이 1,500원이었고, 시내버스 요금은 70원이었다. 월드콘이 300원이었던 것도 당연했다.

1996년: 500원의 벽을 넘다
시간이 흘러 90년대 중반, 월드콘은 500원이 되었다. 100원 동전 다섯 개를 손에 쥐면 한 개를 살 수 있었다. 천 원을 내면 두 개를 샀고, 친구와 나눠 먹으며 "이제 우리도 어른이 다 됐다"며 우스갯소리를 하곤 했다. 아무도 몰랐다. IMF라는 먹구름이 다가오고 있다는 사실을.

1998년: IMF 외환위기와 월드콘 700원
IMF 외환위기가 터졌다. 아버지 친구분들이 하나둘 직장을 잃었고, 뉴스에서는 ‘금 모으기 운동’이 한창이었다. 물가는 요동쳤고, 월드콘도 예외는 아니었다. 어느 날 슈퍼에 갔더니 월드콘이 700원이 되어 있었다.

"아저씨, 이거 원래 500원이었잖아요."

슈퍼 주인은 씁쓸하게 웃으며 말했다. "별 수 있나, 공장이 올렸다는데."

우리는 월드콘을 덜 사 먹었다. 대신 더 저렴한 빠삐코나 바밤바로 눈길을 돌렸다.

2001년: 원유 가격 상승과 월드콘 800원
IMF의 충격이 가라앉을 무렵, 국제 원유 가격이 들썩이기 시작했다. 기름값이 오르면 모든 것이 오른다. 아이스크림도 마찬가지였다. 월드콘은 어느새 800원을 찍고 있었다.

당시엔 1,000원짜리 지폐 한 장이면 간식 두 개는 살 수 있었는데, 월드콘 하나에 800원이라니. 웬만하면 덜 사 먹고, 동네 슈퍼가 세일할 때를 노렸다.

2008년: 리먼 사태와 월드콘 1,200원
2008년, 미국에서 리먼 브라더스가 무너졌다. "미국에서 벌어진 일인데 왜 우리가 난리냐"고 했지만, 경제는 그렇게 단순하지 않았다. 원자재 가격이 오르고, 환율이 흔들리고, 월드콘은 어느새 1,200원이 되었다.

"야, 예전에 300원이었는데, 지금은 네 배네."

"그러게. 앞으로 2,000원 되는 거 아냐?"

우리는 웃으며 농담했지만, 그게 현실이 될 줄은 몰랐다.

2011년: 글로벌 원자재 폭등과 월드콘 1,500원
2011년, 국제 곡물 가격과 원유가 폭등했다. 식품 물가가 줄줄이 오르면서 월드콘도 1,500원에 가까워졌다. 이제는 "비싼 아이스크림"이란 이미지가 생겼다. 한 개 살 돈이면 컵라면 하나를 살 수 있었으니까.

2020년: 코로나19와 월드콘 1,700원
그리고 2020년, 코로나19가 터졌다. 물류 대란, 원자재 대란, 온갖 대란 속에서 월드콘 가격도 올랐다. 어느 날 편의점에 갔더니 1,700원. 나는 순간 멈칫했다.

"이제 아이스크림도 사 먹기 힘든 세상이 됐네."

2022년: 러시아-우크라이나 전쟁과 월드콘 2,000원 돌파
2022년, 러시아-우크라이나 전쟁이 터지면서 국제 곡물 가격이 폭등했다. 밀가루, 설탕, 유지(버터, 팜유) 가격이 오르면서 월드콘도 2,000원을 돌파했다.

"와, 진짜 2,000원 됐어?"

2008년에 농담처럼 던졌던 말이 현실이 되었다.

2025년: 할인점에서도 1,200원
그리고 2025년. 아이스크림 할인점에서 월드콘 가격표를 봤을 때, 나는 깊은 한숨이 나왔다.

1,200원.

할인점에서조차 1,000원이 넘다니. 편의점에서는 2,000원에 육박했다. 이제 월드콘은 ‘마음먹고 사 먹어야 하는 아이스크림’이 되었다.

월드콘과 함께한 세월
돌이켜 보면, 월드콘의 가격 변천사는 한국 경제의 굴곡과 함께였다. IMF, 원유 상승, 금융위기, 코로나19, 전쟁. 월드콘 하나로도 한국 경제사를 훑어볼 수 있다.

어릴 적 300원이던 월드콘이 이제 할인점에서도 1,200원이 되고, 편의점에서는 2,000원에 팔린다. 약 40년 만에 4배 이상 오른 셈이다.

나는 가끔 생각한다. 10년 후, 월드콘이 3,000원이 되는 날이 올까? 그땐 또 어떤 일이 벌어질까?

오늘도 편의점을 지나며, 300원이었던 그 시절을 떠올린다. 그때는 아이스크림 하나가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느껴졌는데.